LCK 의 자존심, Gen.G가 BLG에 3:2로 꺾여버렸다.
Gen.G의 결승 진출은 그 어느 해보다 쉬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매 해 나오는 월즈의 이변, 올해의 주인공은 안 좋은 쪽으로 Gen.G에게 돌아갔다.
밴픽 탐구이기 때문에 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절제하고 챔피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LoL 챔피언 밸런스와 월즈 패치 이야기
LoL에는 165가지 챔피언이 있다.
165가지 챔피언 사이에서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 아이템이나 룬 등 게임 내 영향을 주는 요소까지 고려하면 밸런스 패치는 더 어렵다.
같은 패치 아래 있더라도 지역 리그나 월드 챔피언십의 챔피언 티어는 솔로 랭크와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솔로 랭크에서 주목받지 못해도 꾸준히 대회에서 등장하는 '대회픽' 들이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대회 시즌이 올 쯤에 패치를 통해 '대회픽' 들을 조정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엇 게임즈의 '월즈픽' 이다.
LoL 월드 챔피언십 출범 이래 라이엇 게임즈는 꾸준히 '월즈픽'을 만들었었다.
"올해 월즈에서 이 챔피언을 띄워야겠다."
"올해 월즈에서 이 챔피언을 묻어야겠다."
이런 기조를 의미한다.
2023 LoL 월드 챔피언십은 13.19 패치 버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플레이-인, 스위스, 그리고 지금 8강까지,
월즈를 열심히 시청한 LoL 팬들은 월즈 OP픽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월즈 패치 OP카드 살펴보기
앞서 언급했듯, 라이엇 게임즈는 월즈 때마다 "이거 쓰세요, 안 쓸거면 밴하세요, 이건 쓰지 마세요." 식의 패치 기조를 보인다.
2023 월즈의 핵심 카드. Pick or Ban 카드로는
[럼블, 자르반4세, 오리아나, 니코, 자야, 라칸] 이 있다.
라인업을 쭉 보니.. 뭔가 떠오른다.
한국이 월즈를 제패한, 13~17 시즌의 LCK 황금기가 떠오르는 라인업이다.
페이커의 쇼크웨이브, 울프의 황금질주, 앰비션의 자르반까지.. 생각나는 장면이 많다.
OP카드 [럼블, 자르반4세, 오리아나, 니코, 자야, 라칸] 를 포함한 이번 대회 주요픽을 살펴보자.
탑 (럼블 / 잭스, 레넥톤, 크산테)
잭스-레넥톤-크산테 가 3파전 가위바위보를 이루고 있으며 대체재로 아트록스가 등장한다.
그리고 위 4명의 챔피언 모두를 누를 수 있는 1황카드가 럼블이다.
패치와 상관없이 나오는 대회픽은 나르가 있다.
정글 (자르반4세 / 세주아니, 마오카이 / 바이, 비에고)
세주아니는 근접 챔피언과 시너지를 내기 좋고, 마오카이가 정글 장악력으로 반OP를 유지하고 있다.
자르반4세 자체의 체급이 높은 상태이며 니코, 오리아나와 같은 OP 미드 카드와 붙였을 때 시너지가 난다.
대체재가 없을 때 바이 또는 비에고를 선택하거나 스왑픽으로 렐을 뽑는 팀이 있다.
미드 (오리아나, 니코 / 아지르, 사일러스)
오리아나는 23년도에만 4연속 버프를 받았으며 후반에 0.5서폿이 가능하다는 점이 OP 그 자체이다.
니코는 리메이크 이후 궁극기 밸류가 매우 높아졌고 패시브 자체가 상대팀을 어렵게 한다.
그 외에는 주도권을 위한 아지르, 또는 적 궁극기 밸류를 보고 뽑는 사일러스.
오리아나 잡기 위해 나오는 아칼리와 요네가 등장하지만 역할이 한정적인 편이다.
바텀 (자야 / 카이사, 칼리스타) (라칸 / 레나타 글라스크, 노틸러스, 탐켄치)
자야는 11월 4일 기준 픽 24회 밴 38회 승률 70.83%의 특급 OP카드이다. 이번 월즈를 관통하는 핵심 챔피언이라고 본다.
카이사는 자야보다 한 체급 밀리는 수준이지만 충분히 강력한 원딜이다.
8강에 들어와서는 많은 팀이 [칼리스타 + 레나타 글라스크] 조합을 견제하고 있다.
OP 챔피언이 모두 빠지면 사거리 긴 케이틀린을 손에 올리는 팀도 있다.
라칸은 자야의 파트너로서 시너지가 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몇 개월째 솔로 랭크에서도 OP를 차지하고 있는 카드이다.
노틸러스는 주요 cc를 담당하는 대회 국밥 챔피언이고
탐켄치는 징크스, 아펠리오스, 세나 등과 조합이 가능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패치와 상관없이 나오는 대회픽은 제리, 아펠리오스, 징크스 3대장이 있다.
후반캐리형인 이런 원딜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룰루, 레나타 글라스크가 월즈 후반으로 갈수록 등장하고 있다.
---
오랜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월즈, LCK 황금기를 상징하는 OP카드.
이렇게 라이엇이 팍팍 밀어주는 느낌이 들기에, LCK가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까지 하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1번 시드가 무너지고 말았다.
젠지 패배의 주요 요인이었던 '월즈픽 노리스펙''에 대해 알아보자.
젠지의 월즈픽 노리스펙8강 Gen.G vs BLG 의 5세트 간 밴픽 종합화면이다 (https://gol.gg/game/stats/53600/page-summary)
2023 월즈 황금듀오는 단연 자르반-오리아나 라고 생각한다.
수 개월에 걸쳐 바텀 영향력을 낮추고 정글 영향력을 높인 상태이기 때문에 정글에 어떤 픽을 꽂냐가 핵심이었다.
젠지는 5세트 내내 BLG의 손에 자르반을 쥐어주고, 그 중 4번을 자르반-오리아나 조합을 내주었다.
1세트 젠지는 블루사이드였지만 자르반-오리아나, 칼리스타-레나타 조합을 BLG에 허용했고,
2세트 BLG는 [럼블-자르반-오리아나-자야-레나타] 라는 이후 두 번 다신 보지 못할 조합을 완성시켰다.
젠지는 자야, 오리아나가 열려있음에도 마오카이를 골랐다.
3세트부터 젠지가 자야-레나타-잭스 고정밴이라는 해답을 찾고 밴픽을 했지만 자르반-오리아나를 계속 내줬고
4세트에 럼블을 가져와서 어렵게 승리, 5세트에 다시 럼블을 내어주면서 세나-탐켄치에 부서지는 모습을 보였다.
OP 카드가 하나 열리면 가져오고, 두 개 열리면 나눠갖고, 모두 닫히면 차등 챔피언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인 밴픽 흐름이다.
하지만 이것은 '월즈 밴픽 흐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젠지는 월즈 밴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고집있는 밴픽을 고수한 것일까?
젠지가 노리스펙 한 것은 월즈픽 뿐만이 아니었다.
BLG 라는 팀 자체를 노리스펙 한 것이라 생각한다.
젠지는 1세트부터 레넥톤을 밴하고 잭스를 선픽하며 "BLG는 'BIN'만 말리면 이긴다." 라는 생각으로 밴픽에 임했다.
하지만 BLG는 남은 라인에 OP픽을 자유롭게 쓸어담았고
결과적으로 젠지의 밴픽 전략은 대실패, 역대급 월즈 밴픽의 실패 사례로 남았다.
5연 자르반..? 떠오르는 밴픽의 악몽
놀랍게도 2년 전, 젠지는 똑같이 5연 자르반에 당한 적이 있다.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젠지라는 팀을 정말 오래 응원하기도 했고,
아직도 1세트의 미드 세라핀 픽이 충격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매번 중요한 순간에서 예상을 벗어나는 밴픽 미스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젠지..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문제를 고치지 못했다는 것은 팬으로서 많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 당시 1세트가 젠지클래식으로 갔더라면, 2021 월즈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치면서
기대하면 지는팀.
젠지가 수년 간 달고 왔던 나쁜 꼬리표이다. 올해가 그 정점이지 않나 싶다.
이번 8강전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팬으로서 안타까움은 있지만, 아쉬움은 전혀 없었던 경기이다.
밴픽에서 비기고 경기력이 나빴다면 아쉽기라도 했을텐데,
8강 진출 확정 후 장장 12일 간 어떤 연구를 한 건지, 스크럼에서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무척 궁금하다.
오늘 있었던 JDG vs KT 전을 보면 OP카드에 대한 흐름이 변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젠지의 8강전은 밴픽부터 지고 들어가서 경기력도 안 좋았던, 아쉽지도 않은 경기였다.
OP카드에 대한 존중이 없었고, 상대팀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대회에서는, 특히 월즈에서는
인게임에서 피지컬 요소를 발휘하기 전, 팀 모두가 합심해서 밴픽싸움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월즈는 스위스 스테이지 4세트 T1 vs BLG 전 2세트의 밴픽이 참 인상깊었다.
징크스 보고 나온 바이를 레드 5픽 탐켄치로 카운터 치기.
OP챔피언을 고려하면서, 선수들의 챔피언 풀을 바탕으로 한 똑똑한 밴픽에 박수가 나왔다.
KT까지 쓰러지고 LPL 3팀이 4강에 진출했다.
마지막 남은 LCK의 희망 T1의 등에 무거운 짐이 얹어진 것 같아 슬프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 LPL 전원 4강 진출이라는 기록은 LCK에게 무척 아픈 상처가 되지 않을까?
11월 5일 T1 vs LNG 정말 쉽지 않겠지만, 진심을 다해 T1을 응원할 것이다.
Gen.G 를 반면교사 해서 더욱 날카롭고 정교한 밴픽을 보여주길 바란다.
'게임 인사이트 > 리그 오브 레전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LoL] 돌격 넥서스 챔피언 분석 (1) | 2023.10.28 |
---|
댓글